고려시대 토지수조권 제도의 의미와 특징

고려시대 토지수조권은 토지 자체가 아니라 그 토지에서 거둬들이는 조세를 받을 권리를 뜻합니다. 이는 고려의 경제 기반과 신분 질서를 유지하는 핵심 제도로, 전시과 체제와 함께 작동하며 귀족 사회를 뒷받침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토지수조권의 개념과 특징, 역사적 변화를 정리하고 조선 전기 과전법과의 차이까지 비교합니다.

1. 토지수조권의 개념

토지수조권은 토지를 직접 소유하는 권리가 아니라, 해당 토지에서 산출된 조세를 거두어 생활이나 직무 수행에 쓰도록 한 권리를 말합니다. 고려는 왕권이 토지를 직접 장악하고, 관리들에게는 이 토지의 수조권만 나누어 주는 방식으로 통치 질서를 유지했습니다.

2. 전시과 제도와 수조권

전시과는 관리의 관등과 직무에 따라 토지수조권을 지급하는 제도였습니다. 여기서 ‘전(田)’은 곡식을 거두는 논밭, ‘시(柴)’는 땔감을 얻는 땅을 뜻합니다. 실제 토지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로 조세를 취득하는 권리만을 부여받았기에 토지는 여전히 국가 소유라는 원칙이 유지되었습니다.

3. 수조권의 특징

  • 한시적 지급: 관리의 직위와 관등에 따라 지급되며, 관직에서 물러나면 수조권도 박탈되었습니다.
  • 계층적 차등: 고위 관료일수록 더 많은 수조권을 부여받았고, 하급 관리나 무관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 경제적 기반: 관리들이 녹봉 외에 생활 기반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었고, 귀족 사회의 경제적 특권을 제도화했습니다.

4. 변화 과정

전시과는 경종 때 성립해 문종 대에 완비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며 국가 재정 악화와 토지 겸병으로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무신정권 이후 전시과 질서는 붕괴했고, 대신 권문세족이 대규모 사유지를 늘리며 토지 지배를 강화했습니다. 수조권 중심의 토지제도는 점차 본래 취지를 잃고, 조선 건국 후 과전법으로 계승·변형되었습니다.

5. 조선 전기 과전법과의 비교

조선은 고려의 토지수조권 제도를 계승해 과전법을 시행했습니다. 과전법 역시 관리에게 토지 수조권을 나누어주되, 경기도 지역 토지로 한정하고 임명직 관리에게만 지급하여 제도적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이로써 고려 말기의 무질서를 바로잡고 국가 재정을 안정시키려 했습니다.

주택박물관
주택박물관

6. 역사적 의의

고려의 토지수조권은 왕권 중심의 국가 운영과 귀족 관료 사회의 성립을 가능케 한 제도였습니다. 토지 소유권은 철저히 국가에 귀속되었고, 관리들은 봉사에 대한 대가로 조세를 수취하는 권리만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봉건적 토지 소유 체제와 달리 중앙집권적 성격을 강화한 제도로 평가됩니다.

답사 및 학습 팁

고려시대 토지제도의 흔적은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고려 관련 기획전에서 전시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특히 전시과 문서 기록, 고려 후기 권문세족의 장원 운영 사례를 살펴보면 토지수조권이 어떻게 사회경제 구조를 규정했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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