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능산리 절터에서 발굴된 백제 금동대향로(국보 제287호)는 높이 61.8cm, 직경 19cm의 멋있는 향로입니다. 뚜껑에는 신화적 동물과 산악 풍경, 연꽃잎과 봉황이 조각되어 있으며, 전체가 하나의 우주를 나타내고 있는 작품입니다. 발굴 이후 “백제 예술의 정수”라 불리는 이 향로는, 그 자체로 장인들의 솜씨와 기술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작품을 만든 장인의 하루는 어떠했을까요?
아침 – 불을 지피며 시작하는 하루
장인은 새벽녘 일찍 일어나 용광로의 불길을 다스리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을 거로 추정됩니다. 금동대향로는 구리와 주석을 섞어 만든 청동에 금을 입힌 정교한 공예품이므로, 금속을 녹이는 온도와 비율을 정확히 맞추는 일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작은 오차 하나가 작품 전체를 망칠 수 있었기에, 장인은 늘 긴장감을 갖고 임했을 겁니다.
낮 – 조각과 주조, 혼을 담는 시간
향로의 몸체와 뚜껑은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만든 뒤 정밀하게 다듬었을 겁니다. 산 능선을 형상화한 뚜껑 위에 수십 마리의 동물과 인물을 새기는 작업은 정밀한 조각 기술과 상징물에 대한 이해가 반드시 필요했습니다.
장인은 단순히 장식을 새기는 것이 아니라, 백제 왕실의 이상과 불교적 우주관을 금속 위에 조각해야 했습니다. 산은 불교의 정토, 봉황은 왕권의 상징, 연꽃은 청정한 불심을 의미합니다. 그가 끌어낸 한 줄의 선, 한 번의 망치질 속에는 예술적 상상력과 종교적 신념이 깃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저녁 – 공방을 나서며
긴 하루가 끝나면, 장인은 손에 남은 금속 가루와 불 냄새를 씻어내며 하루를 되돌아봤을 것입니다. 그의 눈에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백제의 이상을 담은 신성한 예물로 느껴졌을겁니다. 내일도 다시 불을 지피고 망치질을 이어가야 했지만, 자신이 만든 향로가 왕실의 제사와 불교 의식에서 사용될 것을 생각하면 매우 큰 보람을 느꼈을 겁니다.

금동대향로가 남긴 의미
오늘날 금동대향로는 단순한 공예품이 아니라, 백제 장인들의 기술과 정신을 집약한 문화유산입니다. 자연과 신화를 아우르는 세계관, 정교한 주조·조각 기술, 그리고 장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만들어낸 아주 훌륭한 공예품입니다.
우리가 “백제 금동대향로를 만든 장인의 하루”를 상상하는 일은, 단순히 옛 장인의 삶을 엿보는 것이 아니라, 예술과 기술, 신앙이 만난 순간을 되새기는 일입니다. 향로 속에 담긴 세계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경외심과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