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후기의 군주 정조(1752~1800)는 유난히 책을 사랑한 임금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폭넓은 독서를 즐겼으며, 왕위에 오른 후에는 왕권 강화를 위해 학문과 기록의 중요성을 매우 강조했습니다. 정조에게 책은 단순한 지식의 원천이 아니라, 국가 운영과 백성을 위한 도구였습니다.
정조는 독서를 통해 새로운 정책의 아이디어를 얻었고, 학자들과 토론하며 학문을 현실 정치에 반영했습니다. 특히 그는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학문에 관심을 두었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적극적이었습니다.
장서각의 설립과 의미
정조는 지식과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장서각(藏書閣)을 설치하게 됩니다. 장서각은 단순히 책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왕실 도서관이자 학문 연구소의 성격을 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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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한 장서: 정조는 규장각의 학자들을 중심으로 엄청난 도서를 수집했습니다. 역사서, 경전뿐 아니라 과학·기술·외국 문헌까지 종류별로 다양하게 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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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연구의 장: 장서각은 단순히 책을 쌓아두는 곳이 아니라, 학자들이 모여 연구하고 정책을 논의하는 공간으로도 사용되었습니다. 이를 통해 후기 조선의 지식 체계가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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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애정: 정조는 장서각 책을 직접 열람하며, 학자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토론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는 왕이 학문을 통해 정치와 문화를 이끌어간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책 사랑이 보여준 정치 철학
정조의 장서각 문화는 곧 민본주의적 정치 철학과 연결시키기도 합니다. 그는 책을 통한 지식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정치를 가능하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지식을 독점하지 않고 학자들과 공유하며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정조의 개방적이고 실용적인 리더십이 눈에 띕니다.
오늘날 만날 수 있는 장서각 관련 유적지
정조의 책 사랑과 장서각 문화는 현재도 다양한 문화유산 속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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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장서각 터(서울)
본래 장서각은 창덕궁 내에 세워졌습니다. 지금은 건물은 남아 있지 않지만, 이곳이 조선 후기 지식의 보물창고였음을 알려주는 역사적 장소입니다. -
규장각 한국학연구원(서울대학교)
정조가 세운 규장각과 장서각의 전통을 이어받아, 오늘날 한국학 연구기관으로 발전했습니다. 고문헌과 의궤를 직접 볼 수 있는 학문적 보고로, 정조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
수원 화성행궁
정조가 머물며 책을 가까이했던 곳으로, 왕이 학문과 정치 활동을 함께 펼쳤던 현장을 몸소 느낄 수 있습니다. 행궁 내 전시관에서는 정조의 학문적 관심과 도서 수집 활동에 관한 자료도 남아있습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성남)
왕실 도서를 계승·보존하고 있는 기관으로, 『의궤』 등 귀중한 자료가 소장되어 있습니다. 정조의 장서각 정신을 이어받아 연구와 보존을 이어가는 현대의 장서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조의 책 사랑과 장서각 문화는 조선 후기 학문 발전과 정치 개혁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는 지식을 권력의 수단으로 삼지 않고, 백성을 위한 정치와 개혁의 밑거름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오늘날 장서각과 규장각, 화성행궁을 방문하면 정조의 깊은 독서 정신과 책에 담긴 개혁 의지를 생생히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