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유아교육의 기초를 세운 인물로 자주 언급되는 사람이 바로 독일의 교육자 프리드리히 프뢰벨이다. 그는 “유아는 스스로 배우며 성장하는 존재”라는 관점을 제시하며 기존의 주입식 교육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철학을 제안했다. 그의 생각은 많은 나라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유아교육의 뿌리에도 깊게 자리 잡아 있다. 프뢰벨 철학이 탄생한 배경과 국내에 들어온 과정을 살펴보면 오늘날 유아교육이 어떤 방향성을 지니고 있는지 더욱 선명하게 보인다.
놀이와 활동 중심 교육이 탄생하기까지
프뢰벨은 유아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른과 다르다고 보았다. 아이는 스스로 만지고 느끼고 움직이며 배우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린 시절의 경험이 곧 세계를 바라보는 틀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당시에는 유아기도 학문적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프뢰벨은 놀이가 학습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이 생각은 그가 고안한 ‘은물’과 ‘놀이 중심 활동’을 통해 구체화됐고, 이는 유아교육의 실제 수업 방식까지 바꿔놓았다.
세계 최초의 ‘유치원’을 만든 교육 철학
프뢰벨의 교육 철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 1837년 설립된 세계 최초의 유치원이다. 그는 이곳을 단순한 보육 기관이 아닌, 아이들의 잠재력을 깨우고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배움의 장이라고 보았다.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아이가 스스로 탐색하고 실험하는 과정에 조력하는 안내자로 머물렀다. 이러한 유치원의 개념은 당시 교육계에 낯선 충격이었고, 이후 전 세계로 퍼지며 유아교육의 새로운 모델이 되었다.

프뢰벨 사상이 여러 나라로 확산된 이유
프뢰벨 교육이 빠르게 확산된 데에는 그의 철학이 매우 실천적이었기 때문이다. 은물을 활용한 조작 활동, 자연과의 접촉, 노래·동작·공작을 결합한 융합 수업 등은 많은 교육자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었다. 19세기 후반에는 미국·영국 등 서구 교육계를 중심으로 프뢰벨식 유치원이 대거 설립되었고, 유아교육의 표준 모델이 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한국에 도입된 초기 시기
우리나라에 프뢰벨 교육이 처음 소개된 건 개화기 무렵, 외국 선교사들이 유치원 개념을 들여오면서부터다. 당시 해외 선교 단체가 운영하던 교육기관에서 프뢰벨 은물과 놀이 중심 활동이 일부 활용되었고, 이는 한국 유아교육 발전의 중요한 단초가 되었다. 정식 유치원이 문을 연 것은 20세기 초반이지만, 그 안에서 이루어진 교육 내용은 대부분 프뢰벨의 철학을 기반으로 구성되었다.
전쟁 이후 본격화된 도입과 확산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친 뒤, 유아교육 제도가 정비되면서 프뢰벨식 활동은 더욱 널리 확산되었다. 교사 양성 과정에서도 은물 활동과 놀이 중심 지도법이 강조되었고, 정부 주도로 유치원 교육과정이 만들어질 때에도 프뢰벨 철학은 기본 틀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감각 놀이·블록 활동·자유 선택 활동 등은 지금도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 핵심 교육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프뢰벨의 영향
디지털 기기가 자연스럽게 교육 현장에 들어온 오늘날에도 프뢰벨 철학은 여전히 유효하다. 놀이 기반 학습의 중요성, 유아의 자발적 탐구, 교사의 관찰과 지원 중심 역할 등은 현대 교육과 완벽하게 맞닿아 있다. 심지어 최신 유아교육 프로그램이나 창의놀이 교구들에서도 프뢰벨 은물의 원리를 발견할 수 있다.
프뢰벨의 교육 철학은 단지 한 시대의 교육 방식이 아니라, 유아를 바라보는 태도와 관점을 바꾸어 놓은 사상적 기반이다. 그의 영향이 국내 교육에 깊게 스며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