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교육 방송(EBS)은 단순한 TV 채널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지금은 온라인 강의, 다큐멘터리, 어린이 프로그램까지 아우르는 종합 교육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지만, 처음부터 이러한 형태였던 것은 아니다. EBS가 등장하게 된 배경과 그 이후 역할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살펴보면, 한국 사회가 어떤 교육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지도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국가적 필요
EBS가 탄생한 가장 큰 이유는 지역과 가정환경에 따른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였다. 1980년대 후반까지 한국의 교육 환경은 지역마다 학습 기회가 크게 달랐고, 사교육 의존도 역시 빠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누구나 동일한 수준의 학습 콘텐츠를 접할 수 있도록 하는 공적 플랫폼이 필요하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1990년대 초 정부는 방송을 활용한 교육 지원 체계를 마련하기 시작했다. EBS는 바로 이 흐름 속에서 탄생한 것이다.
공영 교육 채널로서의 초기 역할
초창기 EBS는 교과 학습 보조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학교 수업에서 다뤄지는 주요 내용을 방송으로 재구성해 학생들이 복습하거나 이해를 보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이 컸다. 당시에는 인터넷이 보편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TV는 공평하게 학습 기회를 제공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다. 특히 도서·산간 지역 학생들에게 EBS는 사실상 유일한 원격 학습 기회로 기능했다.

입시 교육 중심으로의 확장
2000년대에 들어 인터넷 인프라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EBS의 역할도 변화했다. 학생들은 TV뿐 아니라 온라인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게 되었고, EBS는 이를 활용해 수능 대비 강의를 본격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특히 2004년 정부가 ‘EBS 연계 정책’을 도입하면서 EBS는 입시 교육에서 절대적인 위치를 확보하게 된다. 이 정책은 사교육비 절감과 공교육 정상화라는 국가적 목표와 연결되어 있었고, 실제로 많은 학생들이 EBS 강의를 기본 학습 도구로 삼게 되었다.
교육 콘텐츠의 다양화와 공공성 강화
입시 대비 기능이 강화되었지만, EBS는 한쪽으로만 치우치지 않았다. 자연·과학·역사·예술을 다룬 다큐멘터리, 시사 교양 프로그램, 유아·어린이 콘텐츠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장하며 ‘평생교육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갔다. 교육의 대상을 학생만이 아니라 전 국민으로 넓힌 셈이다. 고령층을 위한 학습 프로그램이나 부모 교육 콘텐츠가 등장한 것도 이 시기의 특징이다.
코로나19 이후 더욱 두드러진 공교육 지원 역할
2020년 코로나19로 전국 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되면서 EBS의 공적 역할은 다시 주목받았다. 인터넷 수업에 익숙하지 않은 학생이나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EBS는 안정적인 학습 채널을 제공했고, ‘EBS 온라인클래스’는 전국 학교의 사실상 기본 플랫폼으로 기능했다. 이 시기는 EBS가 단순한 방송사가 아닌, 위기 상황에서 공교육을 지탱하는 핵심 기반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앞으로의 EBS가 나아갈 방향
지금 EBS는 인공지능 기반 학습, 맞춤형 교육 플랫폼, 디지털 교과서 등 새로운 교육 환경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다. 다만 변하지 않는 핵심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공성이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교육 접근성을 높이는 역할은 앞으로도 EBS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