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은 대체로 산속 깊은 곳이나 산자락에 위치합니다. 불교에서는 번잡한 세속을 떠나 수행과 명상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또한 산은 예로부터 신성한 기운이 머무는 장소로 인식되었습니다.
특히 사찰의 배치에는 배산임수(背山臨水) 원칙이 적극적으로 반영되었습니다. 뒤로는 든든한 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곳에 자리하면 수행자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찰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보존되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서원은 조선시대 유학자들이 학문을 연구하고 제자를 양성하며, 선현에게 제사를 올리던 장소입니다. 서원의 위치는 사찰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서원은 대체로 하천 주변의 완만한 구릉지대에 들어섰는데, 이는 풍수뿐 아니라 실제 생활하는데 편리함을 생각한 위치입니다.
물이 가깝다는 것은 생활의 편리뿐 아니라 농사짓기에 적합했고, 완만한 구릉은 학문과 토론이 이루어지는 공간에 어울리는 차분하면서도 안정된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또한 마을과 지나치게 멀지 않아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는 데 적합했습니다.
사찰과 서원의 입지에는 공통적으로 자연의 기운(氣) 이 흐르는 곳을 선택했던 흔적이 있습니다. 높은 산맥에서 흘러내린 지맥이 멈추는 지점, 혹은 강물이 굽이쳐 맴도는 곳에 건물이 들어섰습니다.
현대의 지리학적으로 보면, 이는 토양의 비옥함, 수자원의 풍부함, 자연재해 위험이 적은 지형과도 연결됩니다. 결과적으로 전통적 풍수지리학적 해석과 과학적 지형 분석이 맞아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날 건축은 주로 편리성과 경제성에 초점을 맞추지만, 전통 사찰과 서원의 위치를 보면 선조들의 입지 선정 능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인간의 삶과 학문을 그 안에 녹여낸 선조들의 안목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