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는 효율적인 지배와 경제 수탈을 위해 도시를 근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도로를 방사형으로 정비해 행정기관을 중심으로 한 권력 구조를 만들었으며, 철도와 항만을 확충해 자원 수탈과 군사적 이동에 유리한 체계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조선인 주거지는 변두리에 배치하여 신분적·공간적 차별을 제도화했습니다.
일제강점기 건축은 서양 근대 건축을 일본이 수용한 형태를 그대로 옮겨온 것이 많았습니다. 대칭과 웅장함을 강조한 르네상스 양식, 권위를 드러내는 신고전주의 양식, 그리고 벽돌과 석재를 활용한 중후한 외관이 두드러집니다. 이러한 양식은 근대성을 표방했지만 사실상 지배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장치였습니다.
일제강점기의 건축물은 단순히 과거의 흔적이 아니라 현재까지 활용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는 문화재로 보존되며 도시의 근대사 교육 자료가 되고 있지만, 동시에 식민지 잔재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에 대한 논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철거와 보존 사이에서 역사적 가치와 상징적 상처를 어떻게 균형 있게 다룰지가 중요한 과제입니다.
이 건축물들은 식민지 수탈의 도구였지만 동시에 한국이 근대 도시로 이행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비판적 시각에서 바라보되, 후대가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답사 시에는 건물의 양식과 배치가 지배 구조와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함께 살피면 이해가 깊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