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견 당시 가장 큰 화제가 된 것은 바로 아슐리안 주먹도끼였습니다. 이는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유럽 등지에서 발견되는 전형적인 구석기 도구입니다. 그동안 동아시아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는 열등하다’는 이론이 대세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전곡리에서의 주먹 도끼의 발견은 이런 생각을 뒤집고, 동아시아 구석기 문화가 세계적 보편성을 입증하게 됩니다.
전곡리 유적에서 발굴된 돌도구와 뼈 화석은 당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를 보여줍니다.
사냥과 채집: 동물 뼈와 사냥 흔적은 이들이 맘모스나 들소, 사슴 같은 대형 동물을 사냥했음을 보여줍니다.
불 사용: 화덕의 흔적은 구석기인이 불을 이용해 음식을 조리하고, 따뜻한 생활을 했을 거라 추측합니다.
이동과 정착: 강가에 위치한 전곡리는 물과 먹이를 얻기 좋은 곳입니다. 계절에 따라 이동하면서도 일정 기간 머무는 임시 거주지로 활용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즉, 전곡리 유적은 구석기인의 생활상이 단순히 ‘원시적’이지 않았음을 보여주며, 당시에도 이미 자연에 적응하고 활용하는 지혜가 있었다는 것을 증명합니다.
전곡리 유적은 몇 가지 중요한 인류학적 의미를 지닙니다.
세계 구석기 문화의 연결성: 아슐리안 주먹도끼의 발견은 인류가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도구를 사용하고 공유했음을 입증합니다.
한반도의 구석기 연구 확립: 전곡리 이후 한국 전역에서 구석기 유적 발굴이 시작되었고, 한반도 역시 고대 인류사의 중요한 무대였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인류 진화 연구의 단서: 도구 사용 방식과 거주 흔적은 인류가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며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 사례입니다.
오늘날 전곡리 유적은 전곡선사박물관과 함께 보존·전시되고 있어, 누구나 구석기 문화를 눈으로 보고 체험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열리는 세계 구석기축제에서는 구석기인의 생활 체험, 불 피우기, 주먹도끼 제작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연천 전곡리 유적은 단순히 한 지역의 고고학적 발견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역사를 다시 돌이켜보는 중요한 장소입니다. 구석기인의 삶은 원시적이면서도 지혜로웠고,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우리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다시금 돌아보게 합니다. 전곡리는 한반도를 넘어, 세계 인류학의 교과서 같은 현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